내게 레퍼런스는 매우 중요하다.
트렌드를 따르면서 클래식하고 쿨 하고 싶다면, 레퍼런스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에디터’와 ‘인플루언서’라는 조금은 다른 두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시대를 빠르게 따라 가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예능 프로그램 속 ‘트민남’을 자처하는 한 방송인은 더 좋은 취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영감을 모으려 노력한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영어 강습 광고의 메시지처럼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오래전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 전’에서 본 빈티지 트렁크에 찍힌 옛 호텔 스탬프에 매력을 느꼈던 나는 다양한 빈티지 스탬프를 찾아보았다. LP를 모으기 시작한 후엔 커버 아트워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산책을 하며 무심히 지나치는 거리의 풍경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도 많다.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가 자연과 도시에서 영감을 받는다!) 호텔 스탬프, LP 커버 아트워크, 자연의 무언가까지. 이 모든 게 내게 레퍼런스가 되었다.
길을 걷다가도 SNS를 둘러보다가도 우연히 발견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쉽고 재밌게 트렌디한 레퍼런스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메 레온 도르의 ‘테디 센티스(@teddysantis)’는 자신의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모은 다양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후, 하이라이트로 박제한다. 디자이너 ‘뎀나(@demna)’의 사진을 통해 그의 남편(@bfrnd) 그리고 친구들과 즐기는 일상과 파티를 만나볼 수 있다. 지금 가장 힙한 골프 문화가 궁금하다면 말본골프의 ‘스테픈 말본(@stephenmalbon)’을 찾으면 된다. 인스타그램 속에는 많은 것이 있다. 빈티지 호텔 스탬프가 찍힌 오래된 루이비통 캐리어도, LP의 아트워크도, 자연도 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필요한 레퍼런스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작은 팁이라면 브랜드 계정보다는 브랜드를 이끄는 디렉터의 계정을 살펴보는 게 좋다. ’에메 레온 도르’가 아니라 ‘테디 센티스’의 계정을 추천하는 이유다. 브랜드 계정이 완벽하고 멋진 구성을 보여준다면 디렉터들의 계정은 브랜드를 보다 현실적으로 소비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즐겨 보는 인스타그램 계정
@teddysantis
@ruba
@brockymarciano
@worldwide.wade
@thisisfranchise
신사동 콤팩트 LP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LP바의 재미를 느끼고 레코드판 한 장쯤은 사보자는 욕심에 찾았던 샵이다. 좋은 음악은 일단 두고, 커버를 먼저 살펴보면 거기서 가장 쿨하고 트렌디한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다. 패션, 포즈, 구성, 디자인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트렌디하다. 음악과 패션, 그리고 아트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영감의 대상이며, 서로를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해낸다.
재미난 사실은 커버가 멋진 앨범은 대체로 그 안에 담긴 음악도 좋은 편이다.
예전에는 다양한 책에서 레퍼런스를 찾았다. 국내외 패션지부터 브랜드 에디토리얼 북까지. 다양한 책에서 영감을 주는 사진을 스크랩했다. 책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아니지만 페이지째 뜯어 모았다. 이제는 책을 많이 사지도 않고 쌓아둘 공간도 없다. 그래서 스크랩보다는 파일로 저장해둔 사진들을 큐레이팅해 한 곳에 업로드한다. Space Boy는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모아둔 레퍼런스와 영감의 창고이다. 큐레이팅의 좋은 점은 나의 취향을 디테일하게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던진 “네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은 뭐야?”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다. “바로 이거.”
지금은 책을 많이 사지는 않지만 여전히 종이는 매력적이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것 말고도 책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지큐의 화보는 더 많은 디자인적 디테일이 담겨 있다.) 물론 브랜드나 아티스트의 에디토리얼 북뿐 아니라 갤러리의 도록에서도 영감과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다.
쉬운 방법은 좋은 책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 가보는 것이다. 북촌에 위치한 현대카드의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온갖 디자인 서적과 화려한 브랜드,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문화의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의 영감이 되고, 레퍼런스를 넓혀줄 책이 가득하다. 현대카드만 있다면 입장료도 무료다.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고, 클래식을 존중하는 것이 진부한 것도 아니다. 많은 정보 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랑 맞지 않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좋은 취향을 갖고 싶다면? 결론은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