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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15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 소개된 영화 가운데 <모리야마 씨Moriyama-San>(2017, 감독 일라 베카 ·루이즈 르무안)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도쿄의 낡은 주택지에 독특한 집을 짓고 사는 모리야마 야스오라는 중년 남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담은 작품이다. 태어나서 도쿄를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다는 모리야마 씨의 일상도 독특하지만, 그의 집은 더욱 희한하다. 높이가 1층에서 3층까지 다양한 작은 건물 10동이 모여 있다. 모리야마 씨의 집과 임대주택들이다. 집은 각각의 작은 단위가 어우러져 하나의 큰 단위를 이룬다. 구성도 모두 다르다. 지하에 욕실이 있는 타입, 원룸에서 욕실만 유리 복도로 연결된 타입, 1층에 거실과 다이닝 룸, 2층에 침실, 지하에 작은 욕실이 있는 타입 등 제각각이다. 마당과 실내의 관계 역시 주거별로 다르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틈이 있어 마치 골목처럼 보인다.
이 집을 설계한 이는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西立衛다. 그는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와 함께 SANAA라는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모리야마 하우스는 그가 독자적으로 설계한 작품이다. 클라이언트 모리야마 씨가 처음 니시자와에게 요구한 것은 하나의 부지 안에 임대주택과 자신의 집을 만들되 대출을 받아서 짓는 만큼, 임대료로 융자금을 변제한 후에는 임대하던 나머지 공동주택까지 자신의 가족이 쓸 수 있도록 설계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모리야마 씨의 집은 10동의 건물이 각각 분절돼 있고 그 안에 여러 형태의 삶이존재한다.
똑같이 하얀색의 얇은 철판을 외피로 삼고 있지만 영화에서 살짝 보여준 집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완전히 다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었다. 밖에서 보기엔 집합 주택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집이고, 하나의 집이지만 다시 작은 동네가 존재하고 있었다.
도시가 몸집을 키울수록 동네라는 지정학적 경계는 희미해진다. 반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같은 기술적 진보는 물리적 한계를 무너뜨리고 심리적 공간을 확장한다. 이제 과거처럼 우리 동네를 찾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리야마 씨의 집은 오히려 동네에 대한 작은 희망을 던져준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닿을 수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화상 통화만 할 수 있어도 곧 동네가 아닌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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