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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법

오어즈를 통해 찾은 우리다움의 의미

에세이
크리에이터
‘오어즈(Oars)’는 평화로운 강릉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 겸 편집샵이다. 그림 그리는 남편과 디자인하는 아내. 서울살이를 하던 두사람은 강릉으로 내려와 바쁜 일상 속 지친 이들을 위해 편안한 시간을 선물하고, 만들어가고 있다. 이 부부가 만들어낸 오어즈 스토리와 삶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어느덧 강릉에 온지 4년째다. 지금은 아내와 ‘오어즈(Oars)’라는 작은 공간을 운영하며 나름 무탈하게 지내고 있지만 4년 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 모든 게 정말 꿈만 같은 일로 느껴진다. 혼자 강릉살이를 시작한 순간부터 오어즈를 운영하기까지의 일들을 짧게나마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강릉에서의 삶
2019년, 서울살이에 지친 나는 무작정 강릉으로 이사를 왔다. 도피처럼 떠났던 1년간의 유럽 생활에서 내 나름대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자연 안에서 영감을 받으며 살고 싶었다. 수년간 도시의 많은 사람과 건물들 사이에서 나는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우연히 들렀던 강릉이 마음에 들어왔다. 높은 건물이 없어 어디서나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고 가까운 곳에는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호수와 바다가 있었다. 이곳이라면 조금 불안한 나일지라도 충분히 품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당시 여자친구(현재 아내)는 다짜고짜 강릉으로 이사 가겠다는 나를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조금 이기적이었던 나의 선택으로 우리는 장거리 연애 커플이 되었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던 그녀는 점점 강릉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 즈음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했다. 신혼집이나 혼수 같은 것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신혼여행도 멀리 나가지 못했다. 강릉이 우리에겐 해외 못지않은 멋진 휴양지로 여겨졌다. 집은 둘이 살기엔 좁았지만 앞뒤로 탁 트인 전망 덕분에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땐 그 좁은 집이 신혼집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신혼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집이 되었다.
신혼집은 없지만 우리 공간은 있다.
아내와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층 창가에 커다랗게 붙여진 빨간색의 임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도 오가며 본 적은 있었지만 당연히 임대료가 비쌀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물이었다. 그날은 왠지 모르게 그 공간을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내와 살던 우리집엔 내 그림들이나 짐들로 방 하나가 꽉 찬 상태였기 때문에 창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임대료도 매우 저렴했다. 그 자리에서 계약을 결정했다. 아내는 ‘조금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나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한 선택을 옳게 만들면 된다며 아내에게 호기롭게 말했다. 하지만 나도 이 공간을 어떤 식으로 꾸려가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우선은 창고로만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그제야 땀에 젖은 운동복을 집에 가서 갈아입고 신분증을 챙겨 부동산으로 향했다. 2층의 낡은 건물을 계약한 우리를 보며 부동산 아저씨는 “처음 시작은 다 그런 거야 힘내!” 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젊은 부부에 대한 염려와 연민이 섞여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공간을 상업적으로 운영할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림을 창고에 쌓아두는 것보다는 우리의 그림을 벽에 걸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도 함께 전시를 해보는 건?’ 조금씩 우리는 이 공간에 아이디어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인 아내는 이곳의 브랜딩을 고민했다. 늘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을 해왔던 그녀는 전부터 온전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어 했다. 막상 그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고민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 또한 아내와 무언가 함께 해본 경험은 없어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밑바탕에는 두근거림이 있었다. 꾸며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가볍게 시작한만큼 우리다운 모습과 이야기를 전하자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 그렇게 고민 끝에 정해진 우리의 이름은 ‘오어즈(Oars)’였다.
우리의 삶도 잠시 Oars!
오어즈는 노 젓는 사람들에게 행동을 멈추고 노를 수평으로 유지하라는 구령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물결에 몸을 맡기듯 편안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을 보트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Boat Journey’ 김반장의 노래가 큰 영감을 주었다. ‘목적지는 없지만 목적은 있는 삶’ 이라는 가사 또한 고스란히 우리들의 마음에 들어와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오어즈라는 이름의 구령은 우리 삶의 방향과도 매우 닮아 있어 좋았다. ‘Oars’라는 영어 조합도 마음에 들었다 시각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 보였으며 아내는 글자의 위아래에 노와 물결을 상징하는 그래픽을 넣었다. 오어즈 로고는 초록과 파랑을 조합해 디자인했다. 녹색은 강릉의 산과 나무를 상징하고 파랑은 호수와 바다를 상징한다. 로고는 곧 우리가 강릉에 사는 동안 받았던 감사한 자연을 의미한다.
시간은 흘러 지금의 오어즈는 스탭을 뽑을 정도로 성장했다. 공간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람과 연을 맺는 일도 늘어났고 강릉뿐만 아니라 서울의 멋진 분들과도 인연이 닿아 뜻밖의 여러 협업도 진행했다. 늘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때만 일을 저지르는 아내는 실행력만 죽여주는 남편 덕분에 덩달아 많이 바빠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음에 즐겁다고 말하는 아내를 보면 우리의 궁합이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수년간 그림으로만 밥벌이를 하던 나는 ‘오어즈’라는 이름 아래에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있다. 아내는 주말에 영화 수업도 듣고 있다. 누군가의 눈엔 엉뚱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경험이 새로운 오어즈를 만들어나갈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나도 좀 더 멋대로 나답게 살아도 되겠다’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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