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에도 나는 종종 그리워했다. 마음이 차서 도톰한 아란 스웨터를 껴입고. 창밖으로 하나둘씩 날리기 시작하는 눈송이를 보면서. 굵어진 눈발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김이 서린 유리창에, 아무도 보지 않는데 나 혼자만 아는 한 글자를 그려 넣으면서. 화단을 뛰어다니는 겨울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궁금해했다. 살아 있다면(녹지 않았다면). 그이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이가 겨울이면 찾아보는 영화, 그이가 겨울이면 챙겨 먹는 음식, 그이가 겨울이면 읽는 책, 그이가 겨울이면 꼭 가는 곳, 그이가 겨울이면 자주 마시는 차, 그이가 겨울이면 즐기는 술, 그이가 겨울이면 입고 또 입는 옷… 그이는 오늘 어떤 스웨터를 챙겨 입었을까. 이 겨울에 누구의 마음으로 날아갔을까. 시가 되었을까. 불을 밝혔을까. ‘히말라야’라고 불리는 에메랄드빛 털실로 뜨개질하듯. 겨울에는 누구나 한 번쯤 그런 마음에서 그런 마음으로 건너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나는 ‘스웨터의 마음’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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