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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요

아트 디렉터 박선아의 소비 이야기

Taste Maker's Talk 취향을 만드는 사람들의 안목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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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이 있다는 건 무엇일까요? 안목은 어떻게 키워갈 수 있을까요? OLO매거진은 독자들과 함께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소비’에 대해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소비 경험과 안목에 대해 첫 번째로 이야기를 나눈 주인공은 작가 겸 아트 디렉터 박선아님입니다. 2017년 <20킬로그램의 삶>을 시작으로 총 네 권의 에세이집을 발간하며 탄탄한 독자층을 보유한 그녀는 작가인 동시에 세상을 놀라게 만드는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아트 디렉터이기도 합니다. MZ들이라면 모를 리 없는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의 브랜딩 콘텐츠를 총괄하고 있죠.

지난 1월 31일, 오엘오매거진 ‘TMT - 취향을 발견하는 소비 이야기’ 현장에서 들려준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HAVE AN EYE FOR 'FASHION'


박선아 디렉터가 ‘안목 있는 분야’로 꼽은 것은 바로 ‘패션’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옷을 아주 좋아했어요. 인천 사람이라 부평 지하상가를 엄청 다녔고, 2시간 걸려서 서울에 있는 동대문에도 자주 갔고요. 인플루언서 중에 @_bulletaappeal 라는 분을 아시나요? 딱 그 시절에 제가 좋아했던 스타일이에요. 엄마는 ‘쟤는 커서 뭐가 되려나?’ 생각하셨대요."

대학에 입학해 서울에 정착한 뒤에도 ‘옷을 잘 입고 싶다’는 열망으로 패션의 성지를 찾아 헤맸죠. 강의가 끝나면 스트리트 패션의 메카였던 명동 에이랜드 앞을 서성였대요. 당시 유행하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건 물론, 쇼룸에도 직접 찾아가보았고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무수히 많은 옷을 사고 계절과 유행이 지날 때마다 다시 무수히 많은 옷을 버리던 시절이었죠.



나에게 질문하자 취향이 생겨났다


늘 남이 입는 옷, 유행하는 옷이 뭘까 궁금해하던 박선아 디렉터는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2014년에 패션 잡지에 입사했어요. 옷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접하게 됐죠. 저는 이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내 스타일은 뭘까?’를 고민하면서 옷을 입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그러면서 버리지 않는 옷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조금씩 그녀만의 취향이 모양을 갖춰갈 무렵 약간의 혼란기를 겪기도 합니다. 2018년 젠틀몬스터를 입사한 시점이죠. 화보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스타일의 동료들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꼈대요.

"처음에 젠틀몬스터에 입사하고 동료들을 보았는데, 무슨 날인가 싶었어요. 근데 매일 그렇게 입고, 하고 다니더라고요. 충격이었어요. ‘나도 패션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거구나. 어디서 옷을 사는지 물어봐야겠다. 나도 힙해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죠."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 틈에서 기죽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더 일찍 출근해 해외 브랜드 컬렉션을 훑어보고, 몇 년 치 트렌드 기사를 공부하며 패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어요. 그녀 자신도 다른 이들처럼 힙해지기 위해 처음으로 탈색을 해보고 컬러풀한 옷도 입어보았고요.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처음 2년 정도는 그렇게 하다가 결국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은 잘 하지 않게 됐어요. 누구를 따라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내게 어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다 보니 무분별한 쇼핑도 줄었고요. 이젠 내가 입지 않는 컬러는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핏은 무엇인지, 어떤 소재를 입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같은 저만 아는 기준이 생겼어요."

현재 그녀의 소비 중 옷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유행이 지나 옷을 버릴 일도, 싼 값에 파는 일도 사라졌죠.



오래 좋아할 수 있는 것의 비밀


더 이상 쉽게 후회하지 않고 오랜 시간 좋아할 수 있는 이유, ‘안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아닌 것, 나에게 잘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보는 눈'이 생긴 것이죠.

박선아 디렉터가 처음으로 출간한 에세이집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시나요? <20킬로그램의 삶>이에요. 책의 제목이 왜 20킬로그램의 삶이었을까요?

"제 삶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된 시점은 아일랜드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이었어요. 대학생이었고, 집을 따로 구할 돈이 없어서 현지인 집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했어요. 집을 옮겨야 하는 일이 잦다 보니 제가 가진 캐리어와 배낭보다 많은 짐은 결국 다 버리게 되더라고요. 짐을 줄이고 어렵지 않게 지퍼를 잠글 수 있게 됐을 때 너무 좋았어요. 내 삶에 필요한 게 이 20킬로그램에 다 담겨있다는 감각이요. 나는 이런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때 깨달았죠."

이런 이야길 하면 혹자는 ‘가난하게 살고 싶은 것이냐’ 되묻겠지만 그녀는 “그것과는 무관하다” 말합니다. 그녀는 단지 스스로가 미니멀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니까요. 어쩌면 그 20킬로그램 안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할지도 모르죠.

다만 확실한 것은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는 일은 멋지다는 것, 그리고 그 발견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나에게 질문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요. 나는 무엇에 행복과 편안함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를 설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요


TMT 행사에 대한 참가 신청을 받을 때, 박선아 디렉터는 "최근 당신의 소비욕을 부추긴 물건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남겼죠. 많은 분들이 다양한 답변을 남겨주셨어요. 박선아 디렉터도 매일 댓글을 확인해보았다고 해요

"소비에는 내가 무엇을 욕망하고 욕구하는지가 다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신청하실 때 써주신 댓글들을 열심히 봤는데요, 다들 조금씩 ‘절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쓰고 죽자!’라는 마음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오늘 모아야지!’라는 마음도, 모두 있을 수 있는 마음이에요. 그러니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가 소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지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를 설득시킬 수 있는 이유를 가지고 계시나요?"



최근 가장 재밌게 보았다는 넷플릭스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어요. 이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7개월 후 세상이 종말하는 상황에서, 각자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그린 작품이에요. 주인공 캐럴의 언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부모님은 알몸으로 다니며 폴리아모리(Polyamory, 다자연애)를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캐럴은 그런 일탈 대신 매일 규칙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며 동료들과 우정을 쌓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정말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들이 종말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앞두면 대체로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롭게 지낼 것 같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거예요. 소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굳이 죄의식을 느낄 필요도, 구두쇠라고 부끄럽다고 여길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미니멀한 삶을 꿈꾸는 박선아 디렉터는 맥시멀리스트 남편과 살고 있다고 해요. 결혼 전 이케아의 접이식 의자만 사용하던 그녀와 달리, 그녀의 남편은 의자를 너무 좋아해서 의자로만 방을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죠. 그렇게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남편과 생활하며 취향도 소비도 옳고 그름이 아닌 그저 ‘다름’일 뿐임을 알게 됐죠. 최근엔 사랑하는 남편과 오래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영양제를 사고 있다고 합니다.

"삶의 시기에 따라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는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 내가 절약할 이유를 모르겠다면 굳이 절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써보면서 답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한테 지속적으로 물어봐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내 자신,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과 더 지혜롭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남편이 의자를 사고 싶어 할 때마다 말리는 데 유용하고요!"


박선아 디렉터의 집안 풍경. 출처: @mungsuna

지금 가장 트렌디한 분야에서, 매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박선아 디렉터. 그런 그녀가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는 건 물론, 영양제를 사는 데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두서없이 유행하는 아이템들이 뒤섞인 제 장바구니를 찬찬히 정리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나만의 보는 눈’을 가지고 계신가요? 나의 관심사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는 일. 단언컨대, 안목 있는 삶은 즐겁습니다.



2월 15일(수), 'TMT - 취향을 발견하는 소비 이야기' 두 번째 토크 시리즈가 오픈됩니다. 이번 행사의 연사로는 네이버 신규 서비스 '치지직', 서울 도시 브랜드 'Seoul My Soul' 등을 작업한 브렌든의 이도의 대표님이 참여해주실 예정입니다. 브랜딩, 디자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더욱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토크 시리즈 공지와 신청 방법에 대한 안내는 OLO매거진  SNS(@olo__magazine)에서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으니 팔로우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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