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___prhyme___)은 옷으로 말하고 옷으로 움직인다. 그렇지만 이 인터뷰는 패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옷을 통해 성장한 한 인물의 웃음소리랄까.
이우성은 시인이다. <GQ> <ARENA HOMME+>의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공간, 사람, 본질적인 생각들에 대해 탐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크루 <미남컴퍼니>의 대표다
컬러가 화려한 옷을 주로 입잖아요? 늘 궁금했어요. 이유가 뭘까? 그냥 좋아서?
못 입을 것 같은 옷을 입는 거, 그게 제가 좋아하는 거예요. 저에게 이런 호기심이 있어요. 모든 컬러, 모든 패턴을 다 입어 보자. 늙기 전에!
굉장히 ‘영’해 보이는데 사십 대고, 두 아이 아빠예요. 그런데도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해요! 부러운 건 아니에요.
관심을 갖다보니 취미가 되고 특기가 되었어요. 저에게는 안경이나 시계나 옷이 누군가에게는 피규어고, 드론이고, 찻잔이고, 자동차고 그런 것 아닐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직업과 연관이 있겠죠. 스타일리스트가 없거든요! 혼자 의상을 준비해야 하니까, 남달라야만 했어요. 옷이 매니저고, 소속사였던 거죠.
정확하게 그렇습니다. 옷차림 덕분에 누군가의 눈에 띄면서, 아, 나도 주목받을 수 있구나, 깨달았어요. 기분이 좋았고, 그런 것들이 직업이랑 연결되면서, 패션에 더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아요. 이십 대 때 영어 공부를 하려고 삼각지에 있는 중고 서점에 갔어요. 일단 거길 갔다는 것 자체가 기초 영어책 같은 걸 살 마음은 없었던 거죠. 거기 가면 외국 패션 잡지랑 음악 잡지를 만 원에 대여섯 권씩 주셨어요. 영어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 모델의 옷차림을 보고 패션을 배운 거죠. 그러다가 동네 형들 입는 거 흉내내서 입어보고 내 키와 사이즈, 비율에 맞게 입는 법을 알게 됐죠.
길을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 프라임보다 심심하게 입잖아요.
그게 고민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심심하게 입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는 왜 평범한 스타일에 만족을 못하지? 라는 강박.
네,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어렸을 때는 나 명품 입었어, 나 이거 너희보다 먼저 샀어, 이런 경쟁심 같은 게 있었고, 그다음에는 색감, 패턴, 원단, 질감, 톤 이런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들을 알게 되고 마르지엘라, 장 폴 고티에, 라프시몬스 스타일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영국이나 미국 출신의 뻔한 디자이너들도 좋아했고요. 에디 슬리먼, 존 갈리아노의 장점도 매력적으로 느꼈고요. 어느 순간, 특이하게 입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되었어요. 즐기게 된 거죠.
재밌게 표현하자면 스트릿과 슈트를 합쳐서 슈트리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바지도 어제 빈티지 가게에서 샀어요. 패턴이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이랑 어울릴 것 같았어요.
3천 원이요. 요즘은 동묘에서 잘 안 사요. 어떤 게 잘 팔리나 시장 조사만 해요. 여러 지역의 빈티지 옷가게에 가서 10분 안에 보고 나오는 걸 좋아해요. 뭐가 있나 보는 거죠. 지방에 행사 가면 빈티지 가게를 찾아서 가봐요. 이 동네는 이런 거를 비싸게 파는구나, 반면 이런 건 싸게 파네, 정보를 얻고, 사야겠다, 싶은 게 생기면 그때 사죠.
네. 이제 빈티지 가게 가면 색감이랑 패턴 빨리 보고, 목뒤 라벨 봐요. 금방이죠. 그렇게만 봐도 대충 감이 와요. 집에 있는 패턴이랑 어떻게 맞춰 입을지. 이 스카프요, 요즘 스카프에 꽂혀서 인터넷으로 잔뜩 샀어요. 80% 세일을 하더라고요. 패턴이랑 색감만 보고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한 20~30만 원어치 샀어요. 100개가 넘게 왔더라고요.
프라임을 볼 때마다, 정확하게는 프라임의 룩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부러운 것까진 아니에요. 옷이라면 저도, 동네에서 안 지는데요, 프라임은 다르다, 이런 부분에선 한 수 위다, 인정하게 된달까요.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 판매에 탄력을 받아서인지 개성을 잃어가는 거 같아요. 게다가 신제품을 소개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요. 그래서 저는 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모델을 다른 옷과 어떻게 매치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센스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제품을 어떻게 잘 입느냐가 관건이라고 할까요.
그렇죠. 패션을 잘 아는 사람의 시선이라는 게 있죠. 하지만 그렇게 너무 잘 입는 것도…… 음, 가끔은 대충, 아무렇지 않게, 신경쓰지 않은 듯 입은 사람이 멋있지 않아요?
예전에 어딜 갔는데, 지금은 ‘에슬레저룩’이라고 불리는, 흔한 운동복을 입은 사람이 옆 테이블에 앉더라고요. 편하게 입고 나왔더라고요. 꾸미지도 않았고. 그런데 일행이랑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고 나왔다는 거예요. 그때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어떻게 입든 그 사람을 잘 드러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입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저는 다 멋있어 보여요. 옷을 즐기는 사람의 ‘아무렇지 않음’은 굉장히 멋있는 걸 거예요.
많이 버렸어요. 그래도 두 번 다시 이 패턴이나 이런 원단이나 이런 색감은 만들지 않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옷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보는 것만으로 기분 좋아지게 하는 아이템들은 남겨둬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뭘 입어야겠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스케줄 없는 날은 그냥 눈에 띄는 걸 입어요. 아내가 입는 옷에 맞춰 입기도 하고요.
프라임 인스타그램을 볼 때마다 속으로 말해요. 이 사람은 옷차림으로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하는구나. 그건 엄청난 재능이에요.
찬사인데요. 패션도 어찌 보면 결핍에서 시작되는 거 같아요. 장 폴 고티에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패션을 하는 이유를 물으니 “사랑받고 싶어서”라고 대답했어요. 저, 울었어요. 내가 그랬던 것 같아서. 관심받고 싶어서 옷에 신경을 썼어요. 연예인으로서 제가 바랐던 만큼 이루지 못했고, 그래서 더 과하게 입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함께 다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없었던 제게 안경은, 노메이크업을 가리는 동시에 상대에게 나를 빨리 인식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선택이었어요.
덕분에, 당신은 세상을 남다르게 보는 프라임이 되었잖아요! 부러워요!
프라임은, 힙합 그룹 무가당의 랩퍼였고,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행사를 가장 많이 진행하는 M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