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이 좋아하는 구도로 찍어드릴게요!” 10년 넘게 함께 작업해온 포토그래퍼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이거 딱 편집장님이 좋아하실 아이템이에요!” 에디터가 신제품을 소개하며 덧붙인다. 나는 이런 말들이 칭찬 같다. 무엇을 보고 내가 좋아할 거라 확신한다는 건 그만큼 내 취향이 분명하다는 뜻이니까.
취향이 분명한 게 꼭 좋은 것일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잡지 <컨셉진> 팀원을 뽑는 면접에 필수 질문이 있다.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나요?` 이 질문에 너무 갑작스러워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딱히 좋아하는 브랜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밝히고 좋아하는 이유까지 술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나는 후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말할 수 있다는 건 취향이 분명하다는 것이고, 취향이 분명하다는 건 여러 경험을 통해 자기와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탐구해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단 잡지사 면접이 아니더라도 취향이 분명해서 나쁠 건 없다. 당신의 일상을 떠올려보자.
친구들과 무엇을 먹을까 정할 때 뭐든 상관없다고 말했다가 비 오는 날 칼국수 먹는 걸 좋아한다는 친구를 따라 뱃속까지 눅눅한 기분으로 가득 찼던 일, 썸남과의 데이트에서 어떤 영화를 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가 2시간 내내 피 터지는 화면에 진저리를 쳤던 일,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걸 묻는 선배에게 선배가 주는 거라면 뭐든 상관없다고 말했다가 정말 나와 상관없는 물건을 받았던 일……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었는지.

때론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취향을 드러내지 않을 순 있다. 하지만 당신의 취향이 분명하지 않아서 누군가의 취향에 끌려다니게 되는 건 억울한 일이 아닌가? 많은 경우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 상황을 이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끌려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곳에 찾아와 OLO 매거진을 읽는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자기 취향을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내 취향을 잘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취향을 찾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취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의 많은 경우가 아직 스스로를 파악하지 못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에디터 캠프(콘텐츠 제작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과제 내용은 본인이 소유한 물건 가운데 5가지를 골라 촬영해오는 것이다. 이때 모아놓은 물건의 스타일에 일관성이 있는지, 나의 취향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돌아보라고 요청한다. 한번은 서른 후반의 수강생이 온갖 귀여운 물건을 모아 촬영한 결과물을 제출하며, 이번 계기를 통해 여태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신도 이미 취향이 담긴 물건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취향을 발견하는 추천할만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본인이 좋아하는 물건을 한곳에 모아놓고 공통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돈을 주고 구매한 물건을 살피면 의외로 쉽게 나의 취향을 알아챌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나에 대한 설문을 받아보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나의 취향을 친구가 더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옷이나 사용하는 물건을 보았을 때, 제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메신저를 통해 전해보자. 말하는 이, 듣는 이 모두 조금 어색할 것 같다면 구글 닥스 또는 네이버 설문 폼을 이용해 익명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인들이 말하는 내 취향이 한결같다면 그것이 이미 나에게 배어있는 내 취향일 수 있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직 취향이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취향을 만드는 방법`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곤 한다. 하지만 익숙한 것 앞에선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화려한 것보다 수수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컬러풀한 색조 메이크업보다 쌩얼에 가까운 메이크업을 추구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로부터 새빨간 립스틱을 선물 받았고 그 후로 내 취향에 변화가 생겼다. 안 어울릴 거라는 짐작만으로 30년간 멀리했던 빨간 립스틱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또 나는 `순정`을 선호해서 토마토소스 파스타나 크림소스 파스타와 같이 한 가지 맛이 뚜렷한 파스타만 선택했었다. 로제소스를 먹어보지도 않고 내 스타일이 아닐 거라 단정 지었던 것이다. 그렇게 꽉 막힌 사람처럼 로제의 매력을 모르고 살다가 지난해 로제 떡볶이가 크게 유행하며 자연스레 맛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 나 로제 좋아하네!` 그 후로 내 음식 취향은 로제로 굳어졌다(물론 이것도 새로운 음식에 눈뜨기 전까지만 유효하겠지만).

시도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나의 취향. 만약 `당신이 이것도, 저것도 다 좋아요. 뭐가 내 취향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당신이 쌓아온 경험 그 이상을 경험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휴양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유적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는 떠나봐야 안다. 해보면, 안다.

취향 없이 끌려가는 사람, 자신의 취향대로 삶을 주도하는 사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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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과 자기발견 플랫폼 <미션캠프>를 운영하는 편집장입니다. 나다운 삶을 통해 아름다운 일상을 제안합니다.
김경희 <컨셉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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