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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의 빈티지 부티크 호텔,
The Dwell Hotel
채터누가 토박이들이 기억하는 진짜 1950년대 감성.
미국 남부 테네시주 채터누가Chattanooga라는 작은 도시에는 도시보다
더 명성이 자자한 부티크 호텔이 하나 있 다. 채터누가의 도심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Innovation District에
위치한 곳으로 미국 남북전쟁 당시 제임스 요새였 던 자리에 1909년 지은 건물을 개조해
2016년 문을 연 드웰 호텔The Dwell Hotel(www.thedwellhotel.com)이다.
건축 당시의 벽돌과 석조 마감을 그대로 유지한 이 3층짜리 호텔은 각기 이름이 다른
16개의 객실과 채터누가 사람들 의 ‘거실’이 되어주는 라운지,
칵테일 바 ‘마틸다 미드나이트Matilda Midnight’ 등으로 구성된다.
채터누가는 그저 미 국 남부에서 평화로운 당일 휴가지 정도로 여겨지는 중소 도시지만,
드웰 호텔에 체크인하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2백 달러 중반의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과
편리한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명 미드센추리Mid-century, 즉 미국의 1950~60년대를
위트 있게 복원한 부티크 호텔이라는 이유가 크다. 드웰 호텔의 탄생에는 영화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깃들어 있다. 캐머런 크로 감독의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의 호텔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주인공은 현재 미국에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세이자 오잔페라Seija Ojanpera다. 그는 봉사를 강조하는 집안에서 성장해 자연스레
의사의 꿈을 키웠고, 전 세계를 돌며 빈 곤에 시달리는 아동과 노숙자를 돕는 삶을 살았다.
그가 채터누가라는 지역에 호텔을 열게 된 계기도 이런 삶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채터누가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하트갤러리Hart Gallery에 소속되어 의사로 일하던 중
이곳 에서 비로소 호텔 오너가 되는 어릴 적 꿈을 실현하기로 결심한 까닭이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미국 전역으로 자동 차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F&B를 경험했고,
틈날 때마다 노트에 호텔을 디자인했던 소녀는 성장해 2015년 사업 파트너와 함께
채터누가의 스탠퍼드 호텔을 구입했고, 그곳 로비에 걸린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되어
일사천리로 드웰 호텔의 개장에 박차를 가한다.
“1940년대 당시 호텔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어요. 빨간 아크릴에 형광등
불빛 간판이 더없이 매력적인 콜로니얼 양식의 호텔이었죠. 이후 1940~60년대 채터누가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더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는 부메랑 사인과 네온사인,
크롬으로 만든 다이닝 의자, 컬러풀한 자동차들과 완전히 사랑에 빠졌죠.
망설임 없이 이 시대의 무드를 디자인 컨셉트로 정했고, 곧장 빈티지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이 건물을 20세기 중반으로 되 돌리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순식간에 온갖 복고풍 물건에 굶주리게 되었죠.”
세계적인 여행 잡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는 이렇게 탄생한 드웰 호텔을 가리켜
‘부티크 호텔의 교과서적인 원 형’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개성 있는 건축디자인과 인테리어, 운영 컨셉트,
서비스 등으 로 차별화한 호텔’이라는 부티크 호텔에 대한 정의는 드웰 호텔과 완벽하게 부합한다.
지금 디자인 호텔 혹은 부티 크 호텔이라 불리는 많은 호텔들이 세계적인 건축가와 데커레이터,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트 컨설턴트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호텔은 철저히 한 개인, 아마추어의 손길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완성도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건축 사무소 코전트 스튜디오Cogent Studio가
건물의 외관과 낡은 설비를 보수하고 로비에 새로운 바와 다이닝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을 맡은 것을 제외하고, 이 호텔의 모든 컨셉트와 데커레이션은 철저히 세이자 오잔페라
그리고 그의 파트너인 로럴 크리저Laurel Creager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처음부터 각 객실의 디자인에 응집력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저는 그저 물건들이 제게 말을 걸어오는 대로 모았고, 언젠가 이렇게 모은 물건들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거라 믿었죠. 16개의 객실에 고유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은
재미있었지만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기도 했어요.
이 과정을 위해서 제 홈 오피스에 16개 객실의 거대한 지도를 만들어 붙어두었죠.
그간 수집한 빈티지 가구와 램프, 벽지의 샘플을 작게 오리고 이리저리 옮겨 붙이며
하나씩 분 위기를 만들어갔어요. 이를테면 오렌지색 벽지를 바른 방에 초록색 벨벳 의자를 두고,
거기에 어울리는 램프와 베 개를 더하고, 마지막엔 예술 작품을 배치했죠.
모든 방은 이런 과정을 거쳐 디자인했고, 결과적으로 매우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객실들이 완성됐어요.”
구릿빛 스타버스트 샹들리에, 금색 비닐 소파, 볼드한 바나나나무 패턴의 벽지,
빈티지 영화 포스터 등으로 꾸민 호 텔은 마치 미국의 1950~60년대 물건을 모은
커다란 박물관을 연상하게 한다. ‘미드센추리 모던’으로 통칭하는 미국 디자인사의
화양연화 시기를 모티프로 했지만, 이름난 디자이너의 값비싼 가구와 그림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조부모나 부모가 쓰던 물건부터 쓰던 사람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오래된 물건들, 미국 전역을 돌며 묵 었던 F&B의 소박한 꽃무늬 벽지, 촌스러운 소파,
알록달록한 그림처럼 다분히 당시 미국 소시민의 삶을 보여주며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들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수집한 물건들은 대부분 이베이eBay, 에시Etsy 등의
온라인 중고 사이트나 고물상에서 사들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 호텔엔 유명 건축가나
가구 디자이너의 라벨이 붙은 미드센추리 모던이 아니라, 미국의 중산층과 채터누가
토박이들이 기억하는 진짜 1950~60년대의 감성이 깃들어 있다. 혹자 는 이 호텔을 가리켜
고물들로 꾸민 정크 호텔(junk hotel)이라 표현하지만, 오히려 이 호텔은
‘복고와 럭셔리의 만남’, ‘극도로 안락한 부티크 호텔’로 더 자주 설명된다.
호텔의 디자인을 ‘휴식’이라는 호텔의 본질적 가치보다 중요 시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한 노력 덕택이다.
“제게 복고란 컬러를 의미해요. 오래된 사진 속 1950년대의 집과 호텔,
드웰 호텔의 설립자 세이자 오잔페라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패턴과 색감의 대담한 조합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드웰 호텔의 모든 조명, 러그, 커 튼 역시 컬러가 한껏 튀죠.
다만, 기본은 하얀 벽과 검정 벽 테두리 등 차분한 배경이에요.
고급스러운 화이트 베딩과 몸을 푹 담글 수 있는 욕조 등은 편안함을 선사하죠.”
대담한 색으로 꾸민 객실과 실내는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주지만,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외부의 노 출 벽돌과 로비의 틴타일 천장,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내부 계단 등은 채터누가라는 도시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
, 산업적인 유산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미국 남북전쟁 시기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이자
‘Chattanooga Choo Choo’라는 1940년대 노래와 함께 유명해진 채터누가
추추 터미널 스테이션, 미국 주요 위스키 메이커들의 본거지, 테네시강을 낀 천혜의 환경을 가진
중소 도시의 분위기에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것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았기 때 문이다.
호텔의 출발이 1950년대 채터누가의 사진 한 장이었던 만큼,
힙스터들의 왁자지껄한 성지가되기보다는 관광객과 시민, 비즈니스 출장객들의
편안한 쉼터 기능을 하기 바라는 설립자의 바람 역시 마찬가지다.
“채터누가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사랑해요.
저는 그들이 지나온 한 시기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고자 이 호텔을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이 호텔을 통해 이 도시에 남아 있는 역사의 일부분을 자연스럽게 즐기기를 바라요.”
거대 자본의 투입이나 그 흔한 디자이너 가구 하나 없이,
오롯이 한 개인의 취향과 노력만으로도 훌륭한 호텔이 만 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드웰 호텔.
그러나 모든 영화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듯, 이 호텔 역시 올해 초 큰 변화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재정난을 겪다 호텔이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홍학(The Flamingo)’, ‘연(The Kite)’, ‘민들레(The Dandelion)’처럼 벽지와 소품을 모티프로
이름 지은 유니크한 16개의 객실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그러니 누군가의 간절한 꿈과 열정적인 노력으로 일군 영감 넘치는 공간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거나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열렬한 팬이라면, 드웰 호텔 방문을 여전히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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